툰드라의 변화, 신생 습지와 탄소 순환의 역설
영구동토, 기후변화로 깨어나다
영구동토층(permafrost)은 2년 이상 연속으로 얼어 있는 지층을 의미합니다. 북극권과 고위도 지역,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북극해 주변에 넓게 분포해 있으며, 전 세계 육지의 약 24%를 차지합니다. 오랜 세월, 동토는 얼음과 유기물이 뒤섞인 거대한 냉동고 역할을 하며 탄소를 가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지구 평균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여름철 동토 표면이 녹아 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곧 토양 내 얼음이 사라지고, 지표수와 눈 녹은 물이 스며들지 못해 땅 위에 고이게 만듭니다. 그 결과,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새로운 습지가 툰드라와 타이가 지대 곳곳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신생 습지의 등장과 생태계의 변화
영구동토 융해로 생겨난 습지는 토양 표면의 저지대, 옛 호수, 늪지, 분지 등에서 빠르게 확장 중입니다. 이 신생 습지에서는 이전에는 살지 못하던 이끼류, 사초류, 습지성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곤충, 새, 작은 포유류가 몰려와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물새의 번식지가 늘고, 북극곰, 순록 등 대형 동물의 먹이사슬 구조도 점차 달라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캐나다, 러시아 연구진은 지난 10년간 북극권에서 습지 면적이 수십 퍼센트 늘었다는 현장 데이터를 발표했습니다.
탄소의 흐름: 저장과 방출의 이중성
습지는 원래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천연 저수지 역할을 합니다. 식물의 잎과 뿌리, 유기물이 분해되지 않은 채 습지에 쌓이면, 탄소는 오랫동안 땅속에 갇혀 있게 됩니다. 그러나 동토 융해 습지는 기존의 탄소 저장고가 열리면서 방대한 양의 탄소와 메탄을 동시에 대기로 방출하기 시작합니다. 토양이 따뜻해지면서 박테리아와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유기물 분해 속도가 빨라지며 메탄(CH₄)과 이산화탄소(CO₂)가 대규모로 나오게 됩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가진 기체이기 때문에, 신생 습지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이 됩니다. 한편, 일부 습지에서는 강수와 유입된 식물 덕분에 탄소 흡수량이 일시적으로 늘기도 해, 과학자들은 습지가 최종적으로 ‘탄소 흡수원’이 될지 ‘방출원’이 될지 지역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극권 메탄, 기후 시스템의 시한폭탄
북극권과 고위도 습지에서 방출되는 메탄의 총량은 해마다 증가 추세입니다. 2023년 기준, 국제 북극 관측네트워크는 북극권 습지에서 방출되는 메탄이 전체 북반구의 3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동토층에는 전 세계 지상 탄소의 2배 가까운 1,600~1,800Gt(기가톤)이 저장되어 있는데, 이 중 일부만 방출돼도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이 걷잡을 수 없게 됩니다. 이 과정은 ‘기후 피드백 루프’로, 온난화가 동토 융해와 메탄 방출을 촉진하고, 다시 온난화를 더 빠르게 만드는 악순환을 의미합니다.
지구 전체에 미치는 파급 효과
신생 습지의 탄소 순환 변화는 북극 지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대기 중으로 방출된 메탄과 이산화탄소는 제트기류와 해양순환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어 극단적 기상(폭염, 폭우, 가뭄, 한파)과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농업 생산성 저하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또한, 북극 해빙 감소와 맞물려 북극의 알베도(햇빛 반사율)까지 낮아지면서 지구 전체 에너지 균형이 무너질 위험도 큽니다.
대응과 관찰, 그리고 시민의 역할
현재 과학계는 드론, 위성, 자동 기상관측기, 현장 실험실 등 첨단 기술로 신생 습지의 변화와 탄소 플럭스(흐름)를 실시간 추적하고 있습니다. 여러 국가는 ‘피트랜드 복원’, ‘자연기반 온실가스 저감’ 정책, 습지 내 토종식물 재도입, 물순환 복원 프로젝트 등 다양한 대응책을 실험 중입니다. 시민들도 일상에서 에너지 절약, 친환경 소비, 북극 보호 캠페인 참여 등 행동으로 기후변화 완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북극권 습지의 역할, 동토 융해와 탄소 순환에 대한 이해가 지구 전체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
맺음말
툰드라와 영구동토가 변하고, 신생 습지가 나타나는 이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생태계의 복원과 파괴, 탄소의 저장과 방출이 엇갈리는 이 지점에서, 과학의 관찰과 시민의 실천, 정책의 선택이 지구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북극 습지는 이제 모두의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