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강, 지구의 기후를 움직이다
대양 심층 순환이란 무엇인가?
대양 심층 순환(thermohaline circulation)이란, 해수의 온도(thermo)와 염분(haline)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전 지구적 해류의 흐름을 말합니다. ‘심해의 강’이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물길은, 북대서양에서 차갑고 염분이 높은 바닷물이 가라앉으면서 시작됩니다. 그 물은 심해를 타고 남극, 인도양, 태평양까지 느리게 이동하며, 다시 표층수로 상승합니다. 이 시스템은 바닷물의 온도와 염분, 해빙, 강수, 바람, 지구 자전 등 복잡한 요소에 의해 유지됩니다. 심층 순환은 열에너지와 영양염, 이산화탄소를 지구 곳곳에 전달하며, 기후를 조절하는 데 핵심적입니다.
북대서양 해류(AMOC)와 기후의 연결
가장 잘 알려진 심층 순환은 ‘북대서양 해류(AMOC, 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입니다. 이 해류는 적도의 따뜻한 물을 북대서양으로 옮겨 유럽에 온난한 기후를 선사하고, 겨울 추위를 완화합니다. 북대서양의 차가운 물이 무거워져 심해로 가라앉으면서, 전 세계 바다의 열과 탄소, 영양물질을 운반하는 대규모 순환이 유지됩니다. 하지만 최근, 북극 해빙·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담수가 바다에 대량 유입되고, 해수의 밀도와 염분이 낮아져 가라앉는 힘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AMOC의 속도가 느려지고, 일부 연구에서는 수십 년 내 순환이 완전히 멈출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심층 순환이 멈추면, 지구에 무슨 일이?
심층 순환이 약해지거나 멈추면, 기후 시스템 전반이 혼란에 빠집니다. 첫째, 유럽·북미 등 온대지역이 급격히 추워지고, 북대서양 겨울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적도·아프리카·남미 등은 더워지고, 강수 패턴이 변화해 가뭄·홍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셋째, 열대 저기압·폭풍, 해양 산소 농도, 해양 생태계, 어장 변화, 심지어 아마존 우림의 강수 패턴까지 큰 영향을 받습니다. 과거 빙하기 끝 무렵에도 심층 순환이 느려지며, 북반구 기온이 10년 만에 수십 도 변한 ‘기후 급변’이 실제로 일어난 바 있습니다.
지구촌이 주목하는 해양 관측과 대응
과학자들은 부표, 심해 관측선, 위성, 드론, 해저 센서 등 첨단 기술로 해류, 온도, 염분, 해빙, 빙하, 강수량을 실시간 추적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해양 탄소흡수 보호, 해양 플라스틱 감축, 해양보호구역 확대 등 심층 순환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 중입니다. 시민들도 어업, 플라스틱, 에너지, 탄소중립 등 해양과 연결된 실천이 필요합니다. 심층 순환의 변화는 먼 바다의 일만이 아니라, 기후위기와 우리 삶을 바꿀 수 있는 ‘시한폭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맺음말
심해의 느린 흐름이 지구의 기후, 바다, 생명 모두를 지탱합니다. 대양 심층 순환의 변화는 곧 기후 급변의 전조입니다. 오늘의 바다를 지키는 실천이 내일의 기후를 지키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