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대 페름기: 판게아의 형성과 생명의 붕괴, 대멸종의 서막
페름기란?
페름기(Permian Period)는 약 2억 9,800만 년 전부터 2억 5,200만 년 전까지 지속된 고생대의 마지막 시기입니다. 이름은 러시아의 도시 페름(Perm)에서 유래했으며,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많은 지층이 이 시기의 화석을 포함하고 있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 시기는 고생대의 유산을 마무리하고, 중생대의 서막을 여는 전환점으로 평가받습니다.
판게아: 하나로 뭉친 초대륙
페름기 최대의 특징은 ‘판게아(Pangaea)’라는 초대륙의 완성입니다.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여러 대륙들이 하나로 뭉쳐 거대한 대륙 덩어리를 형성했고, 이로 인해 기후와 생물 다양성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판게아 내부는 바다로부터 멀리 떨어진 건조하고 극한적인 환경이었으며, 계절 변화가 매우 뚜렷했습니다. 반면 해안가 주변은 습윤하고 따뜻했죠. 이러한 대륙 간 이동과 환경 변화는 생물들에게 적응의 압력을 주었습니다.
파충류의 등장과 적응
페름기에는 기존 양서류에서 진화한 초기 파충류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알을 물이 아닌 육지에 낳을 수 있는 '양막(amniotic egg)'을 가지며, 건조한 환경에도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파충류로는 디메트로돈(Dimetrodon)이 있는데, 이는 등지느러미 같은 구조를 가진 포식성 동물로, 실제 공룡은 아니지만 이후 포유류와 파충류의 조상 계통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생물입니다.
페름기의 식생과 생물 다양성
초기에는 석탄기 식물들의 영향이 지속되어 거대한 양치식물과 종자양치류가 번성했지만, 점차 건조한 환경에 적응한 식물들이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침엽수'와 '은행나무류' 같은 종자식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며, 이후 중생대 식생의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육상 생물뿐만 아니라 해양 생물군도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했는데, 특히 방추형 해면동물(fusulinid), 완족류, 삼엽충 등 다양한 생물들이 활동했습니다.
대멸종의 전조: 기후와 환경 변화
페름기 후반으로 갈수록 판게아 내부의 사막화가 심화되고, 해양의 산소 농도도 낮아지면서 생태계는 불안정해졌습니다. 활발한 화산 활동과 함께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고, 지구 평균기온은 올라가고 해양은 산성화되었습니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서서히 생물들의 멸종을 유도했으며, 페름기 말에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멸종’이 발생합니다.
페름기 대멸종: 생명의 절반이 사라지다
약 2억 5,100만 년 전, 지구는 생명체의 약 90% 이상을 잃는 대멸종을 겪습니다. 해양 생물군의 95%가 사라졌고, 육상 생물의 70% 이상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삼엽충은 이 시기를 끝으로 완전히 멸종했으며, 고사리류를 포함한 많은 식물들도 사라졌습니다. 멸종 원인은 여러 가설이 존재하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에서의 대규모 화산활동입니다. 이는 수백만 년간 지속된 용암 분출로 대기 중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방출했고, 지구 기후를 극단적으로 변화시켰습니다.
과거의 위기에서 배우는 교훈
페름기 대멸종은 단순한 고생물학적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기후변화의 위험성과도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수백만 년 전의 이산화탄소 증가와 해양 산소 고갈, 산성화는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지구 생태계 변화와 놀랍도록 유사합니다. 따라서 페름기의 대멸종은 단지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인류가 환경 위기 속에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를 되짚게 만드는 생태적 경고이기도 합니다.
결론: 고생대의 끝, 새로운 시대의 시작
페름기는 고생대의 화려한 생명 진화의 정점을 찍고, 동시에 가장 극단적인 재난을 경험한 시기였습니다. 초대륙 판게아의 형성과 생물 대멸종이라는 극과 극의 사건은 지질학적·생물학적으로 모두 큰 의미를 가지며, 이후 중생대의 진입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새로운 시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의 시작과 공룡의 첫 등장을 다룰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