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 트라이아스기: 공룡과 포유류의 기원
트라이아스기란?
트라이아스기(Triassic Period)는 약 2억 5,200만 년 전부터 2억 100만 년 전까지 이어진 지질시대로, 중생대의 첫 번째 시기입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 이후 지구의 생태계가 황폐화된 상태에서 시작되었으며, 약 1,000만 년 동안 생물 다양성의 회복이 매우 느리게 진행되었습니다. '트라이아스'라는 이름은 독일 지질학자들이 발견한 세 개의 주요 지층(삼부층, Trias)을 기반으로 명명된 것입니다.
대멸종 이후 생태계의 재편
페름기 대멸종으로 지구상에 사는 생물의 90%가 사라진 이후, 트라이아스기 초반은 생물군의 공백 상태였습니다. 해양에서는 암모나이트와 어류들이 빠르게 회복되었고, 육상에서는 살아남은 파충류들이 점차 다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삼엽충은 멸종했지만, 두족류, 완족류, 산호 등이 다시 바다를 채우기 시작했죠. 산소 농도는 여전히 낮았고, 기후는 전반적으로 덥고 건조했으며, 극지방에도 빙하가 없던 시기였습니다.
공룡의 등장: 낯선 생물에서 전설로
트라이아스기 중반부에 이르면, 드디어 공룡(dinosauria)의 초기 조상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작은 크기에서 출발해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생태계에서 새로운 위치를 차지하게 됩니다. 가장 초기의 공룡으로는 에오랍토르(Eoraptor)와 헤레라사우루스(Herrerasaurus) 등이 있으며, 남아메리카 지역의 트라이아스기 지층에서 화석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1~2m 정도의 소형 이족보행 생물로, 식성도 초식과 육식이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트라이아스기 말기까지 공룡은 지배적인 생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당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는 크로로노사우루스와 같은 대형 파충류, 또는 포유류형 파충류였으며, 공룡은 다소 변방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발생하는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대멸종'을 계기로 공룡은 본격적인 주인공으로 등극하게 됩니다.
포유류의 기원과 조상
포유류의 조상 역시 트라이아스기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들은 '포유류형 파충류(therapsids)'에서 진화한 소형 생물로, 대표적으로는 모르가누코돈(Morganucodon)이 있습니다. 모르가누코돈은 길이 10cm 내외의 야행성 생물로, 곤충을 잡아먹으며 생활했습니다. 턱뼈의 구조와 이빨의 배열이 포유류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고 있었으며, 일부 학자들은 이 시기를 포유류의 탄생기로 간주합니다.
이러한 조상들은 당시에는 생태계의 주류는 아니었지만, 크기가 작고 환경 적응력이 높았기 때문에 대멸종 시기를 견디며 중생대 후반과 신생대에서 폭발적으로 번성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초대륙 판게아의 균열과 기후 변화
트라이아스기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초대륙 판게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대륙 내부의 건조한 기후는 점차 해양성 기후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홍수현무암 활동과 함께 화산가스가 방출되며 생물들에게 새로운 생존 압력을 주었습니다. 판게아가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해안선이 형성되고, 이는 생물 다양성의 확대를 불러오는 계기가 됩니다.
트라이아스기 대멸종: 공룡의 시대를 연 문
트라이아스기 말기, 약 2억 1백만 년 전에는 또 한 번의 대멸종이 일어납니다. 이 멸종은 지구 생물의 약 76%를 사라지게 했고, 특히 당시 생태계를 지배하던 대형 포유류형 파충류와 해양 파충류들이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유력한 원인으로는 중앙대서양 마그마 분출지대(CAMP)의 대규모 화산 활동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급격한 온실가스 방출, 기온 상승, 해양 산성화가 발생하면서 생태계가 크게 흔들렸습니다.
이 대멸종의 결과로 생태계의 주요 틀이 재편되었고, 공룡들이 이후 쥐라기부터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트라이아스기의 끝은 곧 공룡 시대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결론: 위기 속에서 태어난 지배자들
트라이아스기는 격변과 회복이 공존한 시대였습니다. 대멸종 이후 서서히 회복된 생태계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들이 진화했고, 그중 공룡과 포유류는 이후 지구 역사의 주인공이 됩니다. 특히, 공룡은 이후 쥐라기와 백악기를 이끌며 가장 화려한 시대를 열게 되고, 포유류는 긴 준비기를 거쳐 신생대에 진입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쥐라기를 배경으로, 공룡의 전성기와 익룡, 최초의 새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