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대 백악기: 공룡의 최후와 꽃식물의 등장, 대멸종의 전조
백악기란?
백악기(Cretaceous Period)는 중생대의 마지막 시기로, 약 1억 4,500만 년 전부터 6,600만 년 전까지 약 7,900만 년간 이어졌습니다. ‘Cretaceous’라는 이름은 라틴어 creta (백색 분필)에서 유래했으며, 유럽의 백악층 지층에서 이 시기의 퇴적암이 발견되어 붙여졌습니다. 이 시기는 생물 다양성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공룡의 전성기이자 종말, 꽃식물의 진화, 그리고 대멸종의 서막이라는 키워드로 대표됩니다.
공룡의 절정: 티라노사우루스와 뿔공룡의 시대
백악기에는 공룡의 종류와 생태계 내 역할이 더욱 세분화되며 정점에 도달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는 백악기 후기 북아메리카에서 번성했으며, 거대한 체구와 강력한 턱을 지닌 최상위 포식자였습니다. 그 외에도 날렵한 데이노니쿠스, 벨로시랩터 같은 민첩한 육식 공룡이 다양한 사냥 전략으로 생태계를 장악했습니다.
초식 공룡 역시 방어력과 사회성이 강화되었습니다.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는 큰 뿔과 프릴을 지닌 대표적 뿔공룡이며, 안킬로사우루스(Ankylosaurus)는 온몸이 갑옷으로 덮인 방어형 공룡이었습니다. 백악기에는 공룡 간의 ‘무기 경쟁’이 벌어졌고, 다양한 몸체 구조와 생존 전략이 진화했습니다.
꽃식물의 등장과 생태계의 혁신
백악기 중반, 식물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납니다. 속씨식물(Angiosperms), 즉 꽃을 피우는 식물이 처음 등장해 빠르게 확산되었고, 곤충과의 공진화(coevolution)를 통해 번식 전략을 다양화시켰습니다. 이전의 식물들이 주로 포자나 겉씨에 의존했던 반면, 꽃식물은 곤충을 끌어들여 꽃가루받이를 유도하고, 열매를 통해 널리 씨앗을 퍼뜨릴 수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생태계의 구조가 크게 변화했습니다. 곤충은 더욱 다양해졌고, 포유류와 조류의 먹이 자원이 확대되며 생존 영역이 넓어졌습니다. 백악기는 곤충-식물-척추동물이 삼각구조로 상호작용을 시작한 생태계의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생물의 경쟁
쥐라기 말 등장한 조류는 백악기 동안 더욱 진화하며 생태적 지위를 확대했습니다. 이크티오르니스(Ichthyornis), 헤스페로르니스(Hesperornis) 같은 원시 조류는 이빨이 남아 있는 특징도 보여주며 파충류와 새의 중간 단계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편, 공룡과 가까운 친척인 익룡(Pterosaur)은 이 시기에도 여전히 하늘을 누볐으며, 특히 케찰코아틀루스(Quetzalcoatlus)는 날개폭이 10미터 이상으로 현존 생물 중 최대의 비행 생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백악기 말기에는 조류가 익룡을 점차 대체하며 공중 지배권을 가져갔습니다.
백악기 대멸종: 운석 충돌의 흔적
약 6,600만 년 전, 지구는 또 한 번의 거대한 생물학적 재난을 맞이합니다. K-Pg 멸종 사건(Cretaceous–Paleogene extinction event)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공룡을 포함한 생물종의 약 75%를 멸종시켰습니다. 가장 유력한 원인은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떨어진 운석 충돌로, 지름 10~12km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며 대기 중 먼지와 황산 에어로졸이 태양빛을 차단했습니다.
그 여파로 '핵겨울(nuclear winter)'과 유사한 급격한 기온 하강이 발생했고, 식물의 광합성이 멈추며 먹이사슬이 붕괴되었습니다. 특히 체온 조절이 어려웠던 공룡은 멸종을 피하지 못했으며, 소형 포유류, 조류 등 일부 생물만이 살아남아 신생대의 지배자가 되었습니다.
결론: 생명의 절정과 새로운 출발점
백악기는 공룡의 최후 무대이자, 꽃식물과 현대 생물군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대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육상 생태계의 근간이 이 시기에 형성되었고, 멸종이라는 위기 속에서 포유류와 조류가 생존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중생대 이후, 신생대의 시작과 포유류의 대약진, 그리고 인간의 조상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지구의 역사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