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대 올리고세: 초원 지배자들의 시대, 영장류의 진화 가속화
올리고세란?
올리고세(Oligocene Epoch)는 신생대 제3기 중 세 번째 시기로, 약 3,400만 년 전부터 2,300만 년 전까지 약 1,100만 년간 이어졌습니다. ‘올리고’는 그리스어로 ‘적다(few)’는 뜻이며, 팔레오세와 에오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생물종이 출현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는 단순한 정체기가 아니라, 기후의 급격한 냉각과 초원 생태계의 본격적 형성, 그리고 포유류·영장류 진화의 가속기였습니다.
기후 냉각과 생태계의 대전환
올리고세 초반, 남극 대륙이 남극해에서 완전히 분리되며 남극 순환 해류(Antarctic Circumpolar Current)가 형성되고, 지구는 빠르게 냉각되기 시작합니다. 그 결과 남극에 영구빙하가 생성되고, 전 세계적으로 온도와 강수량이 감소하면서 열대림은 후퇴하고 초원과 관목지대가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식물 분포는 물론 동물의 먹이 전략, 이동 습성, 체형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짧고 빠른 다리를 가진 종이 늘어났고, 이동성이 좋은 종이 생존에 유리해졌습니다.
초원의 지배자들: 대형 포유류의 시대
초원의 확산은 새로운 생태 틈새를 제공했고, 대형 초식 포유류와 그에 따른 포식자들의 진화를 촉진시켰습니다. 대표적으로 말과 같은 메소히푸스(Mesohippus), 돼지처럼 생긴 엔텔로돈(Entelodon), 초기 코끼리류인 팔레오마스토돈(Paleomastodon) 등이 출현했습니다.
포식자로는 초기 육식 포유류 계통인 히에노돈(Hyaenodon)이 있었으며, 이는 강력한 턱과 뛰어난 후각으로 초원을 누비는 대형 초식동물들을 사냥했습니다. 또한, 반수생 생활을 시작한 바다소류, 바다사자류, 초기 고래류도 이 시기 다양해졌습니다.
영장류 진화의 가속화
올리고세는 현생 영장류 분화의 기점으로도 중요한 시기입니다. 에오세에서 출현한 원시 영장류에서 진화한 진원류(Anthropoids), 특히 구대륙원숭이와 신대륙원숭이의 분기가 이 시기에 이루어졌습니다.
구대륙에서는 프로콘술(Proconsul)과 같은 초기 유인원이 등장하며, 이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인간으로 이어지는 계보의 뿌리가 됩니다. 신대륙에는 부리넓은 코를 가진 플라티리니(Platyrrhines) 계통이 정착했고, 오늘날의 마모셋, 거미원숭이 등으로 진화합니다.
올리고세의 영장류는 아직 소형이고 나무 위 생활이 중심이었지만, 시각 중심의 뇌 구조, 색각 발달, 사회적 행동의 기초가 이 시기에 자리 잡습니다.
대륙의 재배치와 생물 분포 변화
올리고세 동안 대륙은 현재와 유사한 위치로 거의 자리잡게 되며, 그에 따라 생물 지리학적 구획(biogeographic realm)도 정립됩니다. 북미와 유라시아는 육지로 연결되어 동물의 교류가 활발했지만, 남미·아프리카·호주 등은 분리되어 독특한 생물군을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남미에서는 거대 나무늘보류, 유대류 포식자, 초기 아르마딜로 계열 등이 독자적으로 진화했고, 호주에서는 캥거루·코알라의 조상들이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이처럼 대륙의 고립성은 올리고세 생물군의 다양성과 지역 특성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식생과 곤충 생태계의 변화
초원이 넓어지면서 식물군도 변화하였습니다. 나무는 키가 작아지고 잎이 작아졌으며, 광합성 방식에서도 C4 식물군의 초기 조상이 등장합니다. 이는 이후의 기후 건조화와 초식동물의 진화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곤충 생태계도 초원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메뚜기, 개미, 벌, 나비 같은 종이 다양화되었고, 꽃식물의 수정 전략도 풍부해졌습니다. 초원 생태계는 곤충-식물-척추동물 간 상호작용이 긴밀하게 연결되는 복잡한 시스템으로 발달해 갑니다.
결론: 새로운 생태계의 기반 구축
올리고세는 지구의 생물학적 무대가 현대적 구조를 갖추기 시작한 시기입니다. 기후 냉각, 초원 확산, 대륙 분리, 생물군의 분화는 지금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 시기 등장한 생물군의 일부는 이후 미오세, 플라이오세를 거쳐 인간 시대까지 생존하며 진화하게 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신생대] 미오세: 인류 조상의 등장과 초원의 진화를 중심으로, 보다 인간에 가까워지는 진화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